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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음미일기

20211214 화 '기분이 좋아지는 골뱅이 소면무침'

오늘은 분명 휴일인데... 바쁘다...

 

 

며칠 전부터 오늘 파닭을 시켜먹겠다 계획했지만.. 무언가를 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가 오면 나는 술과 함께 면이 먹고 싶어 진다.

그냥 면만 먹자니 너무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이 도드라진다. 

채소를 듬뿍 함께 먹을 수 있는.. 그런 면요리를 곁들여야겠다고 바쁘게 미용실로 걸어갈 때 마음속으로 외쳤다.

 

 

오늘은 골뱅이 소면 무침 대한 간단한 팁을 공유하고 싶다. 

 

김치비빔국수같이 이미 양념에 잘 절여진 재료와 곁들이는 국수는 비교적 양념장을 만들기 쉽다.

이와 다르게 생채소를 많이 곁들여야 하는 비빔요리는 양념장을 잘 만들기 어렵다.

거기에 '면'까지 더해지면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생채소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삼투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빠르게 채소들의 형태가 변하고, 속의 수분이 양념장에 더해져 양념이 빠르게 묽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소는 곤죽이 되고 양념은 흐리멍덩해져 맛이 없어진다.

 

거기에 면은 염분을 아주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흐릿해진 묽은 양념장의 염분을 뺏는다. 

그래서 싱겁고 채소는 흐물흐물한, 불은 면을 먹게 될 수도 있다.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방법들을 소개하겠다.

 

 

 

채소의 두께를 정해야 한다.

식당에서 제공되는 채소의 크기는 1인분의 양을 평균적으로 먹는 시간을 계산해 먹기 좋은 식감과 형태를 고안한 결과물이다.

만약 3인이 나눠먹을 양을 한 번에 비벼 같이 나눠 먹는다면?

또는 10인이 나눠먹을 양을 한번에 비벼 나눠 먹는다면?

긴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채소는 당연히 두께가 두꺼워져야 한다. 당연히 지나치게 두껍다면 비빔의 의미가 없어지겠지만 말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양파같이 결이 드러나는 채소는 결대로 썰어 준비한다. 형태를 보다 오래 유지해준다.

지금 내가 만드는 비빔국수가 대략 몇 분간 식탁 위에 있을지를 고려해 채소의 두께를 정하라. 

 

 

 

 

잘라낸 채소는 꼭 찬물로 헹궈내자.

갈변현상은 꼭 감자나 사과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다. 

양배추, 양파, 배추, 대부분 모든 채소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절단된 표면에서 화학적 변화가 생긴다.

이는 단순히 육안적으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재료의 상태, 또 앞으로의 화학적 변화의 양을 늘리고 시간을 당긴다.

양념에 무쳐낼 채소는 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갑고 흐르는 물에 표면의 액을 말끔히 씻어낸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관기간을 늘려주고 자체의 맛을 보다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더해서 잘린 표면을 통해 수분이 들어가 식감에 수분감이 더해진다. 더 아삭하게 즐길 수 있다.

 

 

 

 

양념장의 간의 세기는 그냥 먹기에 맛있는 맛보다 1~2단계 높은 간으로 맞춘다.

나는 골뱅이 소면 무침을 할 때 초고추장으로만 무친다. 을지로식 골뱅이무침을 가족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고추장은 단순해야 가장 맛이 좋다. 말 그대로 식초가 들어간 고추장 이어야 한다.

고추장은 매운맛, 단맛, 짠맛, 약한 감칠맛이 주 축이 된다. 이 흐름이 깨지면 고추장스럽지가 않아진다.

  • 고추장에 더할 산미는 사과, 양조, 막걸리 이 3종류의 식초를 가장 추천한다.
  • 단맛은 올리고당과 설탕, 매실액, 꿀 모두 좋다. 가장 추천하는 것은 올리고당이다. 올리고당은 차가운 온도에서 특히 좋다.
  • 매운맛은 묽어진 고추장에 개성을 채워주기 위해 필요하다. 가능하면 고운 고춧가루를 쓰는 게 좋다.
  • 짠맛과 감칠맛은 선택의 몫이다. 고추장 자체가 충분한 염도가 있고 산미는 염도와 비슷한 결을 지녀 굳이 짠맛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 감칠맛 때문에 가끔 초고추장에 간장이나 된장을 소량 넣는 경우가 있다. 취향껏 만들어보길 바란다.

난 이렇게 만든 맛있는 초장을 '당장 면을 비벼먹기에 좋은 간'보다 1~2단계 더 강한 간으로 맞춰 준비한다. 

 

 

 

 

 

찬물로 헹군 뒤 물기를 충분히 뺀 채소를 큰 대접에 붓고 당분을 더한다.

이때는 설탕을 추천한다. 입자가 분말이고 농도가 진해 빠르게 삼투압 하기에 용이하다.

당분의 구조는 염분의 구조보다 작아 모든 맛의 투입순서에서 항상 첫 번째이다. 

뿌릴 설탕의 양은 소량이면 충분하다. 이때 손으로 잘 버무려주면서 설탕이 채소에 잘 스며들게 비벼준다. 

시작 때보다 채소의 숨이 죽을 것이다. 좋은 현상이다. 삼투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리 삼투압을 진행시켜 후에 양념을 넣었을 때 진행될 삼투압의 총량을 줄이는 게 목표이다. 그러니 걱정 말라.

소량의 당분만으로 채소는 식감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 정도 섞은 후엔 소금을 몇 꼬집 넣어 단맛과 짠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지금 하는 작업은 밑 작업이기 때문에 단맛이나 짠맛이 도드라져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채소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한 기반일 뿐이다.

 

 

단맛을 먼저 입혀 숨을 살짝 죽인 채소에 미량의 염분을 더해 1차 삼투압을 진행하면 양념을 넣었을 때 변하는 삼투압의 총량이 줄어든다.

이미 채소 내의 농도가 꽤 높기 때문에 외부 농도와 차이가 원래 채소보단 적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채소는 날것의 상태에서 일정량의 풋내를 지니고 있는데 이 밑 작업을 통해 설탕이 풋내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양념을 넣고 채소를 비벼도 간을 맞추기도 쉽고, 채소도 쉽게 무르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면의 경우 나는 골뱅이 통조림의 국물을 이용한다.

이게 없을 때는 일정량의 육수와 참기름을 섞은 물을 삶아둔 소면에 넣고 섞어준다.

이 작업을 하면 소면 같은 부드러운 구조의 전분 결정체가 서로가 붙고 또 전분이 외부로 유출되는 시간을 더디게 해 준다. 

면을 분리해서 느낄 수 있고, 또 쉽게 떡지지 않는다. 미량의 감칠맛과 염분, 그리고 유막으로 덮여있어 양념의 간과 균형이 잘 맞는다.

원한다면 소면을 삶을 때 일정량의 소금을 넣고 삶아도 좋다. 하지만 지나친 염분을 먹을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는 않겠다.

 

 

 

 

정리하자면 나는

 

채소를 적당한 두께를 고려해 결대로 잘라

흐르는 차가운 물에 잘 헹궈낸 뒤

설탕과 소금으로 먼저 버무려 숨을 살짝 죽이고 밑간을 맞추어놓은 뒤

준비해둔 초장을 부어 버무린다

 

면은 삶아서 찬물에 잘 헹궈낸 뒤

골뱅이 국물(육수)과 참기름으로 버무려 면에 밑간과 유막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둘을 잘 섞어 맛있게 먹는다. 

한입한입 빈틈없이 매력적인 맛, 식감, 향의 조화가 식탁을 더없이 행복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