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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음미일기

20211213 월 '저렴하게 만드는 맛있는 버섯볶음'

물가가 많이 높다. 

식료품점에서 무게로 비교를 하자면 풀채소가 가장 비싸게 느껴질 정도다.

시장의 흐름따라 요즘 날 한국에서는 고기보다 풀이 더 비싸다.

 

이는 반찬을 만들때 피부로 많이 와닿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3만 원으로 제법 많은 찬을 차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통 어렵다. 요리사라고 해서 매번 장을 가락시장이나 경동시장 같은 곳에서 볼 거라 생각들 하시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리사들에겐 시간이 많이 없다. 몸으로, 시간을 들여서 일을 하는 직종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전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때는 보통 하루 17시간 정도를 근무하기 때문에 그때는 반찬을 만드는 것은 몇 달에 한 번 있을까 했다.

 

여튼 장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온라인 마켓을 이용한다. 몇 가지 담다 보면 훌쩍 3~4만 원을 넘는다. 유기농 재료를 구매하려고 하기라도 하면 더욱 마찬가지다. 웬만해서는 사서 먹는 게 기회비용으로 접근했을 때 훨씬 저렴한 세상이다. 애용하는 마켓 컬리의 경우 4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해준다. 가끔 몇 천원이 부족하여 무엇으로 4만 원을 메꾸지 고민할 때 항상 버섯을 찾는다.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등의 버섯 등은 생산량이 아주 뛰어나 예전부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식당에서 버섯을 사용할 때 위 버섯들은 단가 절감에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같은 이유로 백반집이나 단체급식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반찬이 새송이버섯볶음, 어묵볶음 속 느타리버섯 등 저렴한 버섯 자체로만 만든 반찬 또는 다른 주재료에 더해 양을 늘리는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은 새송이버섯과 느타리버섯 2가지를 이용한 버섯볶음 만드는 방법, 그리고 각 버섯별 특성을 나누고 싶다.

 

 

새송이버섯은 큰 크기, 담백한 맛, 담백한 향, 쫄깃함이 큰 특징이다.

큰 크기는 통으로 조리했을 때 자체의 수분을 머금기 좋고 풍만한 식감을 지닐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담백한 맛은 그 맛을 살리고자 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담백한 맛의 재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강한 향과 맛을 지닌 염분(간장과 같은)으로 간을 맞추면 개성이 가려져 이 재료를 사용한 의미가 떨어진다.

담백한 향은 도화지와 같다. 어떤 향과 만나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

쫄깃한 식감은 보통 볶음이나 구이에서 빛을 발한다. 자체의 수분감 조절이 중요하다.

 

 

느타리버섯은 분리가 용이한 덩어리, 담백한 맛, 강한 향, 수분감이 특징이다.

분리가 용이해 결대로 찢어 사용하기에도 좋고, 자체의 덩이로 조리해도 좋다. 칼이 필요 없다.

담백한 맛은 위와 같다

비교적 강한향을 지녔는데 이경우 몇 상성이 안 좋은 재료들이 생긴다. 물론 상성이 안좋은 재료라 하더라도 그 양을 줄여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있지만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강한 향을 지닌 재료와 궁합이 좋은 재료를 찾기 어렵다면 차라리 향이 옅은 재료들과 섞어 사용하면 이 개성을 잘 살리고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수분감이 높아 이를 조절하지 못하면 묽은 맛이 나기 쉽고 비호감인 식감이 생길 수 있다. 양념의 세기, 곁들이는 재료와의 궁합을 고려해 수분감을 조절해야 맛있다.

 

 

 

내가 만드는 저렴한 버섯볶음에는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양배추, 다진 마늘, 굴소스, 후추, 소금, 식용유가 들어간다. 

새송이버섯은 편으로 얇고 길게 썬다. 느타리버섯과 식감의 결을 맞추고 조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다.

느타리버섯은 결대로 얇게 찢는다. 약한 불에서도 충분히 수분을 날릴 수 있기 위해서는 얇아야 한다.

양배추는 비교적 두툼하게 썬다. 버섯은 조리시간이 볶음류치고는 채소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이때 무르지 않을 두께가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향의 버섯에 묻히지 않기 위해 큰 크기가 필요하다.

다진 마늘은 생략해도 무방하나 볶음요리에서 '반찬'이라는 느낌을 좀 더 준다고 생각한다. 

굴소스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있는 만큼 웬만한 요리를 더 맛있게 느끼도록 해준다. 간장이 아닌 굴소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더 옅은 향, 적은 수분 대비 높은 감칠맛과 염도를 지니고 있어서다. 이렇게 강한 소스를 사용하게 될 때 주의점은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 모든 균형이 그렇듯 감칠맛이라고 강하기만 해서 좋을 리 없다. 애써 신경 쓴 식재료 간의 궁합을 조미료가 망치는 경우가 바로 '남용'때문이다.

후추는 볶음요리에서 특유의 기름 냄새를 더 풍족하게 만들어주고 볶음의 개성을 강하게 해 준다. 또 대부분의 버섯과 궁합이 좋다.

모든 감칠맛을 지닌 식재료는 소금과 최상의 궁합을 지닌다. 사실 굴소스가 없이 소금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볶음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버섯을 충분히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일반인들에게는 꽤나 어렵다. 그래서 굴소스를 사용하도록 추천하였다. 하지만 혹시 본인이 숙련된 조리기술을 지니고 있다면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어 버섯볶음을 하기를! 대신 그만큼 버섯의 수분은 더 적어야 기름 맛을 제치고 나오는 감칠맛이 느껴질 것이다.

 

 

조리 시 중요한 점은 버섯을 강한 불에서 충분히 볶아줄 것, 염분이 지나치지 않게 할 것 이 두 가지이다.

 

 

대량 급식이나 백반집에서 나오는 버섯볶음이 맛이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덜 볶아져서'이다. 볶음요리에서 정말 중요한 점이 바로 '원재료의 맛이 기름 맛을 뚫고 나오는가'이다. 위 버섯들은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수분감이 많아서이다. 수분은 모든 맛을 엷게 만든다. 이를 이용하면 소금의 양을 조절하거나 요리에서 내가 원하는 맛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충분히 볶아지지 않은 버섯은 수분이 많아 그 맛이 옅다. 그런 버섯이 많은 양의 기름에 버무려져 있으니 재료의 맛이 더 애매해진다. 거기에 수분까지 많아 식감은 물컹하고 맛이 없다. 강불로 조리함은 볶음의 기본인 재료의 원형 유지가 크다. 가정용 불로는 아무리 강한 불이어도 버섯 같은 재료를 볶을 때는 그 세기가 부족하므로 염려 없이 최대로 불의 세기를 올리도록 하자.

 

모든 단백질 재료의 최고의 인연이 소금이라 말했지만 그 사용에 따라 최악의 인연이 된다.

3 정도의 감칠맛 세기를 지닌 재료에 4~5 정도의 염분의 세기로 간을 맞추면 혀는 짠맛에 미뢰가 지나치게 긴장하여 재료 속 감칠맛을 매우 적은 양만 느끼게 된다. 쉽게 말하면 재료 맛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육향과 아미노산이 강한 적색 고기를 먹을 때는 감칠맛의 세기가 매우 높아 소금 간의 오차범위가 꽤 좁다. 하지만 흰살생선, 버섯등의 낮은 감칠맛의 세기를 지닌 재료는 소금간의 오차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실수하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무엇이 간이 맞는지는 이렇다 할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옅은 맛의 단백질 재료는 짤 바에는 싱거운 게 낫다. 강한 맛의 단백질 재료는 싱거울 바엔 짠 게 낫다.

 

 

월말에 지갑이 얇아졌을 때 한 번쯤 이를 참고하여 맛있는 버섯볶음을 만들기를 바란다.

정성 들여 볶아 가족과 도란도란 먹으면 비싼 한우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