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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먹었더라

20220305 수향미로 만든 유부초밥은 더 맛있어!


한 5년 전 한창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미각을 훈련할때 쌀의 맛과 향에 집착한 시절이 있다. 그렇다고 도정기를 구매해서 쌀을 도정해서 먹거나
각국의 모든 품종의 쌀을 먹어본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품종별 밥을 짓는 방법이나 어울릴 요리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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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미는

‘골든퀸 3호’ 품종의 쌀로 화성시에서 생산하는 쌀이다.
맛과 식감 모두 준수한 편이나 가장 특별한 이유는 ‘향’이다.

특유의 진하고 부드러운 누룽지가루같은 구수한 향이 난다.
이 향은 밥을 지은 뒤 시간이 꽤 지나도
직관적으로 느껴질만큼 향이 아주 선명하다. 이러한 수향미는 개성이 강한 재료에 속하기 때문에 1. 자체로 밥, 또는 죽을 만들어 먹거나
2. 향이 단조로운 재료와 곁들여 먹을때

가장 맛이 좋다.


이는 반대로 얘기한다면

카레라이스, 케찹볶음밥, 초밥 등의
원재료의 향이 강하거나 그 맛이 도드라져야할 경우
적합하지 않은 쌀이라는 뜻이다.
유부초밥의 경우 유부는 단조로운 향을 지니고
보관을 위해 더한 조미유의 맛으로

달고 기름진, 약간의 염도와 감칠맛이
두부의 부드러운맛을 감싸준 재료이다. 이는 특별한 향이 없는 쌀을 사용해서 만든다면
유부의 맛이 더 강화되기보다는 심심하고 재미없는,
딱히 주목하고싶진 않아지는 그런 음식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훌륭한 품질의 유부를 쓴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을 잔뜩 뽐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향미와 같은 진한 풍미를 지닌 쌀을 사용한다면

어떤 사람이 먹더라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유부와 쌀 외의
부차적인 향으로 인해 이 맛에 집중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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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던 음식일수록 의외의 맛을 발견했을 때
그 즐거움은 배가된다.

다년간 요리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늘
재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재료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라면 a4용지 정도는 금세
채울 자신으로 재료를 공부하지만

막상 실제에서 중요한것은 그날의 각 재료의 맛을
한 번씩이라도 보려고 했는지
오늘 이들의 상태에 집중하려 했는지
이것이 항상 중요했고, 또 나는 늘 부족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식재료에 국한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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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언젠간 먹어봐야지”
“그맛이 그맛이지 뭐”
라고 넘기기에 삶은 너무 순간이지 않을까?


혹시 수향미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꼭 이 맛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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